1. 2월말에 토익을 보았다. 거의 2년만에 내 토익은 다시는 볼일이 없을것이라 생각했건만 어느새 만기를 몇달 남겨놓지 않고있어 집앞 중학교에 달랑 지우개와 연필 두자루 쥐고 슥슥 시험봤다. 어째 시험이 어려워진것 같기도 하고 토익이 왜케 비싸졌는지, 옆에 시끼는 왜 자꾸 훌적거리는지 요즘은 스피킹도 들어간 시험이 있다던데 참.. 시험 보는 도중에 별 희한한 생각이 다 든다. 마지막 리딩을 풀고 있노라면 한 단락 풀고 몇 문제 남았나 세어보고. '아이고 아직도 20문제 남았네'. 또 한달락 풀고 몇문제 남았나 세어보고 '아이고 아직도 16문제 남았네..' 게다가 맨 뒤에 남아서 토익 시험지랑 답안지도 내가 걷어야 해서 '아 귀찮네' 불평도 하고.. 이렇게 거의 2년만의 토익은 이렇게 끝아났다. 토익 시험을 마치고 나면 항상 복도와 계단에 사람들이 꽉 차서 나오는데 시간이 꽤나 걸리는데 대단히 불쾌한 경험이다. 으으 그때 마침 무슨 이유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꽉 막혀서 뒤뚱뒤뚱 걷고 있어야 하며 2년 전과 똑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유처럼 대개는 취업 때문이고, 본의아니게 나처럼 토익시험을 경멸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봐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어쩌면 시험보면서 나처럼 똑같이 궁시렁 거렸을 사람들일지도 모를텐데.. 나도 그렇고 이사람들도 그렇고 참 불쌍하고 연민이 느껴진다. (그치만 어제 또 담달 토익 신청했습니다.)
2. 학교에서 SALT라는 수업이 있다. Pass/Fail 과목은 신청 못하고 다른거 어떻게든 학점 쉽게 딸 수 있는거 하나 넣어보자 해서 집어넣은 수업인데, 몇일 전이 되어서야 상대평가인것을 알았다.(Damn. 나는 항상 이런식이다.) 어쨌든 이 수업은 매주 취업 컨설턴트라는 근래 우순죽순 등장한 사람들을 초빙해서 말 그래로 '하우 투 겟 어 잡' 이란 주제로 얘기를 하는건데. 자기소개서는 면접볼때는 어떻게 하고, 옷은 뭘 입고 가고, 잘못된 자기소개서 들고나와서 보여주고 우끼며 '이러면 안됩니다.' 등에 대한 강의인데. 이게 매주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지금은 곤욕이 되어버린 수업잉다. 큰 소리 떵떵치는 취업 컨설턴트라는게 어찌보면 회사에서 사람들 좀 뽑아보거나 아니면 집에서 뭐 할까 고민하다가 워낙 요즘 취업시장이 안좋다보니까 '올치 요거 돈 벌만 하겠다' 라고 시작했을 법 한데, 강의의 아마추어리즘을 보면 이거 아마추어의 순수함을 찬양해야하는지 아니면 나도 PT좀 긁어보아다가 취업 컨설턴트가 되어서 강의 해도 될 것같은 생각이 들정도로 가볍고 우스운 강의에 실망을 해야하는건지. 자심감에 가득찬 표정과 '니네들 참 불쌍하다 대신 내가 너희를 구제해줄께' 라는 어투로 시시콜콜한 클리쉐이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또 그런 클리쉐이를 들으며 '아! 그렇구나~!' 하면서 감탄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정가득한 초롱초롱한 두 눈을 보면서 왜인지 연민의 감정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서도 틈틈히 메모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은 무엇인가.
 아아 짠 음식도 싫지만 SALT는 정말 최악이다. 3. SALT라는 수업이 참 x 같은게, 학점을 따려면 수업시간 외에도 학교 취업센터에서 주관하는 모의면접, 자소서 클리닉 같은 특강들에 참가해서 출석체크를 해야한다. 덕분에 몇일전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관심도 없는 금융권 모의면접 클리닉에 후배들과 참가를 했다. 3시간 반동안 너무 지겨웠던 것도 있었지만 몇몇 아는 친구들의 더듬더듬하는 모습을 보니 안구에 습기가 찼다. T.T 그러던 도중 한 여자학우가 나와서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있던 후배가" 저 사람 예전에 잡스쿨(학교에서 하는 2박3일 취업대비 합숙 훈련.. 이거 대학교가 취업학원이 되어가고 있는건가)에서 본적 있는데 면접 엄청 잘해요"라고 귀뜸. 좀 지켜보니 참 말 잘하더라 준비도 많이 되어있는 것 같고 금융 상품이름과 이자율까지 구구절절 외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허허 대단하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보니 몇달전부터 취업스터디를 통해 면접 등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다 좋고 열심히 하는 모습 너무 멋지다. 하지만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아하는지, 우리의 본 모습을 감추고 정답이라고 불리우는 모범적인 자세로 올바른 대답을 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인지. 왜 가식적인 모습으로 면접관은 우리를 판단하는 것인지(그게 가식임을 다 알면서) 아아 이런식으로 사람 뽑으면 안된다. 창의적이고 개성있는 인재를 원하면서 왜 우리는 이러한 본인을 감추는 법을 배우고 그걸 보면서 감탄해야 하는 것인가. 내게는 정말 가고 싶은 회사 한 두개 있는데 그 회사에 대해서는 꽤나 디테일한것 까지 알고는 있지만 막상 취업시즌이 닥쳐오면도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IR자료나 사장 인터뷰 기사를 보며 키워드를 꼼곰하게 체크하고 면접 때에 가식적인 미소와 언변으로 면접관들을 속이고 있을 나의 예정된 미래에 등꼴이 오싹했다.
4. 요즘 인턴 모집이 한창이다. 작년에 1년 2개월간 인턴생활하면서 인턴은 이제 그만.. 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상하시 어머님과 엄하신 아버지 아래에서 성장...... ' 하고 워드 두드리고 있는 나의 모습. 검은말과 작당하여 모의중이였던 여름방학의 멋진 계획 -반성의 기미로 검은말의 협의아래에 조만간 내용 공개토록 하겠다- 이 여러 장애물과 나의 불찰로 무산되면서 그 시간을 나름 가치있게 보수 있는 야 하는 방법 중 인턴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하반기 인턴은 채용과 관련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인기가 높다. 오늘은 일요일. 이력서 자소서 하나 써야 잠이 잘 올듯하다. 아아 오늘은 또 어디가 공고가 났나 살펴봐야지. |